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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 Field Trip ]/▷ 해외여행 [ World ]

발리 힌두사원의 본당, 베사키 사원

  뜨그눙안 폭포 구경을 끝낸 후 이동한 다음 코스는 발리 힌두사원의 본당이라 불리는 베사키 사원 (Besakih Temple). 덴파사르를 벗어나 북쪽으로 향할수록 발리의 주변 풍경은 사뭇 인상적이다. 붉은 석양 아래의 해변과 리조트 대신 차창 밖으로는 하늘 높이 솟은 나무들과 밀림이 관광객을 맞이한다. 이런 풍경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발리의 또 다른 매력이 아닐까? 그렇게 산속을 한 시간을 정도 달리자 베사키 사원으로 향하는 마을 진입로에 도착했다.

 

사실, 베사키 사원의 첫인상은 그렇게 좋지 않았다. 아니 솔직히 말해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발리 사원을 꼽으라 하면 난 주저 없이 베사키 사원을 선택할 것이다.

 

베사키 사원의 정문으로 향하는 계단

 


 

 

돈을 좋아하는 사람들 

 

  마을 진입로에 진입하자 건장한 세 명의 남성이 우리가 탄 자동차로 걸어와 운전수와 무슨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곤 운전수는 내게 '통행료'가 필요하다며 20만 루피아 (한화 2만 원)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사원 방문객의 입장료이니 싶어 돈을 지불하고 그 사람들을 지나 사원으로 향했다. 그런데 사원에 도착해 사원을 들어가려니 입구에서 이번에는 '입장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입장료라니? 조금 전 올라올 때 20만루피아 냈잖아?"

"그건 통행료이자 일종의 기부금이야, 우리 마을을 들어왔으니 내야하는 통행료고, 이제 사원을 들어가니 입장료도 내야해."

 

너무 어이 없는 상황이었다. 자기 마을을 지나쳐 간다고 도로를 자기들 마음대로 막아버리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통행료를 지불하라 하고, 또 사원을 방문한다고 입장료를 지불하라니... 이 마을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방문객들에게 돈을 받는 것이었다. 입장료도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발리의 관광지 중 비쌌던 한 곳으로 기억난다.

 

관광지에서 입장료를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 비용으로 시설을 유지, 보수하고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베사키 사원은 도가 너무 지나쳤다. 사원을 입장하기 전, 또 한 번 돈을 뜯기는(?) 상황이 있었다.

 

사원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자마자 갑자기 우리 주변으로 몰려드는 아줌마 부대. 그리곤 다짜고짜 내게 '샤롱'을 입힌다. 뭐가 뭔지도 모른 채 정신도 없는 상황에서 내 허리에는 기다란 천인 샤롱이 둘렸고 아줌마들은 돈을 달라며 내게 손을 내민다.

 

"사원에 들어갈 때 샤롱을 입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어, 대여료 10만 루피아 (한화 1만 원)이야."

"1만 루피아? 너희 마음대로 입혀놓고 대여료가 뭐 그렇게 비싸? 안 입어 가져가"

"너 이거 입지 않으면 사원에 못 들어가, 그리고 이미 입었잖아, 돈 줘"

 

너무 어이가 없고 황당한 상황이다. 아무리 관광으로 발달한 곳이라지만 기분 좋게 자기네 나라를 방문한 여행객에게 무례해도 너무 무례한 행동을 보이는 상인들. 기분이 나빠질 대로 나빠진 상황이라 난 몸에 걸쳐졌던 샤롱을 벗어 상인들에게 다시 돌려줬다.

 

"싫어, 안 입어, 너희가 마음대로 입혀놓고 가격도 비싸다고, 샤롱을 입지 않으면 못 들어간다고? 그럼 난 다른 상점에 가서 샤롱을 빌릴 거야, 너네한텐 빌리기 싫어."

 

잠깐 우물쭈물하던 상인들이 협상하기 시작한다. 정말 샤롱이 없으면 올라가지 못하니 샤롱을 대여하라고, 대신 싸게 해줄테니 자기네 가게 샤롱을 입어 달라는 것이다. 운전수에게 물어보니 샤롱이 없으면 못올라간다는 것은 사실이었고, 결국 4만 루피아 (4천 원)에 샤롱을 대여했다. 통행료에 샤롱 대여료까지 이상한 방향으로 돈이 나가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 입장료라는 또 다른 돈까지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에 화가 너무 치밀어 올랐다.

 

이딴 사원 하나 보려고 거의 2만 원을 투자해야 한다는 사실에 기분이 너무나 나빠진 것이다. 하지만 이미 통행료에 샤룡 대여료까지 지불한 상황에 그냥 돌아간다면 여기까지 찾아온 것이 시간 낭비가 되버리는 탓에 화가 났지만, 입장료를 내고 둘러보기로 했다. 매표창구에 돈을 던져 넣어버리곤 사원으로 들어갔다.

 

  베사키 사원은 발리 내에서도 악명 높은 사원이었다. 돈을 밝혀도 너무 밝히다 보니 발리 섬 내의 현지인조차 베사키 사원을 방문하는 것을 꺼리는 사원이라 한다. 특히 외국인들에겐 어떻게 하든 돈을 받아 먹으려 별별 수를 다 쓴다는 지역 사람들...

 

* 발리의 대부분의 사원은 입장료도 저렴하며 사원 방문에서 샤롱을 입어야한다. 하지만 대부분 샤롱을 무료로 빌려 주거나 또는 한 쪽에 기부금 통을 마련해 기부금식으로 돈을 받는다. 물론 내지 않아도 되지만 그냥 대부분 2천루피아 정도 낸다. 만약 사원을 자주 방문해야 한다면 노점상이나 야시장에서 샤롱을 하나 구매해 들고 다니는 것도 좋다. 

 

아름답지만 관광지로 발달한 탓에 주민들의 입에서 Money란 말이 떠나지 않던 베사키 사원.

 


 

 

행사의 사원, 베사키 사원

 

  베사키 사원은 발리 섬의 힌두 사원들의 총 본산인 만큼 사원의 규모도 웅장하고 매년 많은 힌두교도가 방문한다 한다. 본당인 만큼 사원에는 50개 이상의 대소 의례 행사가 있는 데다 또 몇 년에 한 번씩 진행하는 행사까지 있어 준비 기간까지 합치면 거의 매일 행사가 진행된다 한다. 이 정도면 행사의 사원이라 불리는 게 더 맞지 않을까란 생각마저 들었다.

 

여느 사원과 다름없이 베사키 사원의 입구는 방문객, 상인 그리고 외국인으로 꽤나 붐볐다. 특히 이 중에서 눈에 띄는 사람들은 발목까지 가려진 샤롱을 입고 사원을 구경하는 외국인들이었다.

 

많은 힌두교도가 사원의 중심으로 향하는 중앙 계단을 이용해 올라가지만 힌두교도가 아닌 외국인은 이 중앙 계단을 이용할 수 없다. 대신 중앙 계단 옆으로 만들어진 다른 계단들을 따라 사원을 구경할 수 있다. 그래도 발리 힌두 사원의 총 본당이라 끊임 없이 사람들이 몰려오는 탓에 사원은 조용하기보단 조금은 어수선한 분위기다.

 

중앙 계단을 이용해 할머니 한 분이 음식이 가득한 바구니를 머리에 이고 중앙 계단을 따라 열심히 오르시는 것이 보인다. 저 작은 체구에 음식 바구니까지 들고 계단을 성큼 오르는 모습을 보니 종교의 힘이 대단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샤롱을 두르고 사원을 향하거나, 사원을 배경 삼아 사진 찍는 외국 여행객들이 가장 눈에 띄었다.

 

중앙계단은 힌두교도들만 이용할 수 있다.

 

베사키 사원 내 건물들

 

행사가 준비중인 사원의 내부

 


 

 

신비의 사원

 

  인도네시아의 섬들은 화산 활동으로 생성된 섬들이며 발리 역시 화산섬 중의 하나다. 발리의 휴화산인 아궁산은 특히나 힌두교도들 사이에선 신성히 여겨지는 산이다. 화산섬인 만큼 발리의 사원에는 현무암으로 지어진 탑과 조각상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많은 현무암이 있지만 베사키 사원의 현무암은 조금 특별하다고 한다.

 

신성히 여겨지는 아궁산인 만큼 이 산에서 나온 현무암 역시 신성한 기운이 깃들어 있다 믿는 발리 사람들. 그래서 이 신성한 돌을 함부로 사용할 수 없으며 오직 이곳 베사키 사원의 건축재료로만 사용할 수 있다 한다. 신성한 기운이 깃들어 있는 돌이라 그런지 베사키 사원의 건축물과 조각들은 더욱 짙은 검은 빛을 띄는 것 같다. 사실, 별거 없는 현무암인데 말이다.

 

맑은 날에는 사원 뒤로 아궁산이 선명히 보인다는데 이날 구름이 산을 가리고 있어 안타깝게 아궁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아궁산의 현무암으로만 지어진 베사키 사원의 건축물들

 

신성한 화산에서 나온 현무암은 오직 베사키 사원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아름다운 풍경을 가진 사원

 

처음 입장 때는 화가 많이 나고 계속 불만 투성이었지만 사원을 둘러보는 동안 기분이 많이 풀렸다. 무엇보다 높은 곳에서 바라본 사원의 풍경이 꽤 일품이었다. 발리의 기후상 베사키 사원을 방문하면 일주일에 해를 볼 수 있는 날은 두 번 정도밖에 되지 않고 대부분 날은 흐리거나 비가 내린다 한다.

 

하지만 운 좋게 우리가 방문했던 날은 맑은 날이라 베사키 사원의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던 날이었다. 사원의 높은 지대에 올라 사원을 내려다보니 저 멀리 발리의 산들이 보였고 앞으로는 짙으면서도 검은 베사키 사원의 탑들이 관광객들의 눈을 끌었다.

 

만약 날씨까지 좋지 않은 데다 이런 좋은 전망을 보지 못했다면 아마 환불해달라는 말이 나왔을지도 모른 베사키 사원 방문. 규모도 크고 많은 방문객으로 조용하기 보단 약간 업(Up)된 분위기의 사원이지만 방문해본 것이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짧은 발리 일정에다 만약 사원에 큰 관심이 없다면 방문에 대해서는 한 번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신성하다는 말을 들어서일까, 사원과 탑 하나하나가 더욱 신비스럽게 보였다.

 

iPhone5의 파노라마로 담아본 사원 풍경

 


 

베사키 사원 위치 및 정보

 

위치 : Desa Besakih, Kecamatan Redang, Besakih, Kec. Karangasem, Kabupaten KarangasemRendang, Bali, Indonesia.